재벌집 막내아들 줄거리
윤현우는 순양그룹 미래자산관리팀의 과장으로, 말 그대로 회사에 뼈를 묻을 정도로 헌신한 인물이었다. 불법 비자금 운송, 해외 부동산 세탁, 고위 임원들의 뒤처리까지... 자신의 모든 시간을 순양을 위해 바쳤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배신과 죽음뿐이었다. 그는 의문의 사망을 당하고, 시신조차 유기된다. 충격적인 최후였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1987년, 자신이 모시던 순양 회장 진양철의 집 안, 그것도 막내 손자 ‘진도준’으로 다시 태어나 있었다.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기억은 생생했다. 죽기 직전까지의 모든 일, 순양가의 음모, 그리고 자신을 죽인 범인의 정체까지. 윤현우로서의 기억을 가진 채 진도준으로 살아가는 이 기묘한 현실 속에서 그는 결심한다. 이번 생에서는 순양가에 이용당하는 피고용인이 아니라, 이 집안을 가지겠노라.
진도준은 미래의 사건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점을 활용한다. 1980년대 말 부동산 시장과 정치 지형, 그리고 1997년의 IMF 사태까지. 그는 예지자처럼 움직이며 투자와 사업을 성공시킨다. 대한민국의 변화하는 경제를 한 발 앞서 파고들며, 순양 내부에서 점점 존재감을 키운다. 한때 무시당하던 막내 손자는 어느새 회장 진양철에게 인정받고, 후계 경쟁에 직접 뛰어든다.
하지만 도준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 순양가는 피보다 진한 욕망으로 얽힌 곳이었다. 형제끼리의 견제, 아버지와 아들 간의 음모, 고모들의 암투까지. 도준은 그 속에서 외줄 타듯 권모술수를 펼치며 적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려간다. 동시에 그는 ‘검사’ 서민영과 재회하며, 과거 윤현우의 삶에서 가질 수 없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된다. 민영은 정의감에 불타는 검사로, 순양의 불법을 파헤치기 위해 도준과 대립하다가 점차 그의 진심에 흔들린다.
진양철 회장과의 관계 역시 단순한 할아버지-손자 관계를 넘어서며 입체적인 드라마를 만든다. 처음엔 능력 있는 손자로 도준을 인정하던 진양철은, 어느 순간 그가 자신의 철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려 한다는 걸 느끼며 경계심을 품는다. 그 둘의 갈등은 곧 ‘기업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세대 간 충돌로 이어진다.
한편 도준은 자신을 죽였던 과거 윤현우의 삶의 흔적을 좇아간다. 자신이 왜 죽었는지, 누가 배신했는지를 하나하나 되짚으며, 그 죽음을 낳은 탐욕의 실체를 파헤친다. 그리고 마침내, 도준은 순양그룹의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게 되고,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위치에 선다.
진도준/윤현우(송중기)
흙수저. 없는 집 장남이며 가장. 오너일가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해결사. 오너일가의 지시라면 거절도, 질문도, 판단도 하지 않는 충성스런 순양맨. 그런 그가 해외에 숨겨진 자산을 순양에 귀속시키라는 특명과 함께 재무팀장으로 승진이 된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임무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납치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그. 충성을 다 했건만, 언제든 대체 가능한 머슴일 뿐. 억울하다. 분하다. 이대로 윤현우의 인생은 끝이 나고 마는 것인가? 하지만 다시금 순양그룹의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환생한다.
진양철(이성민)
상대를 꿰뚫어 보는 눈빛과 한 치의 빈틈도 허락지 않는 꼿꼿한 인상. 나이답지 않게 다부진 몸. 정미소에서 시작해 순양을 재계 1위에 올려놓았다. 그의 ‘3 心’ 덕분에- 욕심, 의심, 변심. 이제 그는 순양을 잘 이끌 후계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눈에 차지 않는 삼남매만 있을 뿐. 그런데 순양 家를 떠났던 막내아들이 돌아왔다. 제 아들 진도준과 함께. 그는 한눈에 알아봤다. 막내손자가 자신을 닮았다는 걸- 승부근성, 결단력, 가차 없는 냉혹함까지 닮아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서민영(신현빈)
엄친딸. 대대로 법조 명문가 집안에 최고학부를 나온 재원. 순양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순양의 저승사자. 저승사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검은색 옷차림. 스무살, 여느 재벌 3세와는 다른 진도준의 매력에 호감을 느꼈지만, 표현하지 못한 채, 엇갈리고 말았다. 졸업 후, 검사와 제보자로 재회한 둘은 드디어 연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승계싸움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섭게 변해가는 진도준에 서민영은 두렵다. 검사와 피의자로 마주하게 될까 봐서
재벌집 막내아들 감상평
재벌집 막내아들은 화려한 설정 이상의 가치를 지닌 드라마다. ‘회귀’라는 자칫 판타지적이고 비현실적인 소재를, 치밀한 역사적 배경과 현실적인 기업 서사, 입체적인 인물 구조로 설득력 있게 풀어낸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스토리 구조는 매끄럽고 리듬감이 있으며, 회상과 현재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을 유지하게 만든다. 특히 IMF, IT 버블, 부동산 붕괴 등 대한민국의 실제 역사 속 대사건들이 서사의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하면서, '진도준이 역사와 지나온 남자'로 비치기도 한다.
캐릭터 간의 갈등도 굉장히 현실적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싸움,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 사이의 질투와 사랑, 회장과 손자 간의 정치적 거래는 냉혹하면서도 깊은 인간애를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