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시지프스 : the myth’는 시간 여행이라는 SF적 설정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음모와 진실을 파헤치는 판타지 액션 드라마이다. 천재 공학자 한태술과 미래에서 온 강서해가 만나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며, 인간 존재의 의미와 선택, 희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정교한 시간 구조 속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음모와 액션은 물론, 과거의 실수와 상실, 그리고 다가올 재앙을 막기 위한 노력은 감정적인 공감과 철학적인 사유를 동반한다. 조승우와 박신혜라는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중심을 잡아준 덕분에 복잡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인물의 감정선에 몰입할 수 있으며, 미래와 현재의 교차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따라가며 긴장감과 몰입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SF 장르의 대중성과 한국적 정서를 접목한 시지프스는, 단순한 시간 여행물이 아닌 존재론적 질문과 인류적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시지프스, 시간 너머 펼쳐지는 줄거리
드라마 ‘시지프스’는 세계적인 엔지니어이자 퀀텀 앤 타임의 공동 창업자인 한태술(조승우 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뛰어난 두뇌를 가진 그는 기술적으로 전례 없는 성과를 이루었지만, 형 한태산의 의문스러운 죽음 이후 삶의 의미를 잃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만든 기술로 인해 미래에서 사람들이 현재로 넘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한태술은 자신이 세계 멸망의 핵심 열쇠임을 자각하게 된다. 한편, 멸망 이후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강서해(박신혜 분)는 과거로 건너와 한태술을 지키고 미래를 바꾸려 한다.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군사적 훈련을 받은 인물이자, 사랑하는 사람과 인류를 지키기 위한 사명을 가진 전사다. 두 사람은 ‘컨트롤국’이라는 정부의 어두운 조직과, 그에 협력하는 재벌과 기업 세력들과 맞서 싸우며, 시공간을 넘는 거대한 퍼즐을 풀어나간다. 극은 현재와 미래, 개인과 공동체, 과학과 감정이라는 축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며, 점차 밝혀지는 진실 속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연대, 선택의 무게를 치밀하게 다룬다. 이 과정은 단순한 SF 설정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확장되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에서도 감정의 결은 선명하게 전달된다. 시지프스는 이처럼 시공간을 오가며, 과거와 미래를 잇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한 편의 대서사시를 완성한다.
시지프스의 인물들과 그들의 숙명
한태술은 천재이자 문제적 인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물리 엔지니어다. 과거 형의 실종 이후 감정적으로 무너졌지만, 형의 존재가 여전히 어딘가에 있다는 단서를 추적하며 점점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처음엔 자신의 발명과 기술이 어떤 위험을 초래했는지 자각하지 못했지만, 강서해를 만나고 미래의 현실을 목격한 후에는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받아들이며 변화한다. 강서해는 미래에서 온 전사로, 강한 생존력과 전투 능력을 갖췄고 동시에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인물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한태술과 함께 미래를 바꾸려 한다. 컨트롤국의 국장 황현승(최정우 분)은 시공간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명목 하에 무차별적인 감시와 억압을 자행하며, 그 속에서 정의와 권력의 모순이 드러난다. 박사장(성동일 분)은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로, 때론 조력자 같지만 언제든 태술을 배신할 수 있는 위협적 존재로 묘사된다. 에디 김(태인호 분)은 한태술의 파트너였지만 점차 그의 천재성에 열등감을 느끼고 야망을 품으며, 스토리 전반의 긴장감을 형성하는 인물이다. 각 인물은 단순한 기능적 역할을 넘어서,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서사 속에서 자신만의 윤리와 갈등, 결단을 통해 서사의 입체감을 완성한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동맹과 적대의 구도를 넘어, 운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재편된다.
시지프스를 통해 본 한국형 SF의 도전과 성취
‘시지프스’는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물게 본격적인 SF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시공간을 넘는 장대한 설정과 철학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낸 야심작이다.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복잡한 구조와 급진적인 전개가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특히 양자물리학, 시간여행, 다중 우주 같은 과학적 개념을 대중적인 서사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한 점은 드라마 산업의 스펙트럼을 넓혔다고 볼 수 있다. 한태술과 강서해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함께 살아남기 위한 연대’의 서사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관계의 깊이를 잘 보여준다. 조승우는 복잡하고 흔들리는 천재의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했고, 박신혜는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전사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OST와 연출 역시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데 효과적이었으며, 촘촘한 미장센과 미래 도시를 구현한 CG는 국내 드라마의 기술적 진화를 보여주는 예로 꼽힌다. 물론 서사상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시지프스는 그 자체로 한국형 SF 장르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시험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결국 인간의 선택이 세계를 바꾸고, 사랑과 연대가 미래를 다시 쓸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으며, 그 메시지는 시청자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