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모범택시’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을 위해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복수를 대행해 주는 ‘무지개 운수’라는 조직의 활약을 그린 액션 범죄 드라마다.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대신 해결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통쾌함을 선사하는 동시에, 정의란 무엇인지, 복수는 정당한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제훈이 주연을 맡아 냉철한 복수 대행 기사로서, 다양한 변신과 내면 연기를 통해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드라마는 실화를 모티브로 구성된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모범택시] 줄거리 무지개 운수 정의 실현
‘모범택시’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다. 정체불명의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는 국가의 법과 제도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의뢰인들을 대상으로 복수 대행을 진행한다. 그들은 법을 피해 간 가해자들에게 철저한 조사를 벌이고, 그들의 악행을 거침없이 응징한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택시회사지만, 내부에는 전직 특수부대 요원, 해커, 정비 전문가 등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여 정교한 팀워크를 발휘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김도기(이제훈)가 있다. 그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으로, 어머니를 잃은 복수심과 정의감 사이에서 고뇌하며 무지개 운수의 주축 역할을 맡는다. 그와 함께 일하는 장대표(김의성)는 이 모든 시스템의 설계자이자 이상과 현실 사이를 조율하는 존재다. 각 회차는 다양한 의뢰인의 사연을 따라가며, 학교 폭력, 불법촬영, 노동 착취, 성범죄 등 우리 사회의 민감한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룬다. 드라마는 각 에피소드마다 완결성을 가지며, 그 안에서 의뢰인의 상처와 조직의 응징 방식이 조화를 이루며 진행된다. 피해자들은 무력하게 고통받는 위치에서, 무지개 운수의 도움을 받아 억울함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치유와 위로를 얻는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는 매 회차가 끝날 때마다 묵직한 질문과 감정의 잔재를 마주하게 된다. 결국 모범택시는 단순한 응징과 정의 실현의 스릴러를 넘어서,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법과 제도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묻는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모범택시] 등장인물들이 구현한 정의의 다양한 사연들
김도기(이제훈)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전직 특수부대 출신답게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작전 수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어머니가 억울하게 살해당한 사건 이후,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범죄에 분노하며 무지개 운수에 합류하게 된다. 겉으로는 냉철하고 무표정하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처와 뜨거운 정의감이 자리 잡고 있다. 매 회차마다 새로운 인물로 위장해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는 그의 변화무쌍한 연기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장성철(김의성)은 무지개 운수의 대표이자, 전직 검찰 출신의 전략가이다. 그는 법의 한계를 절감한 후, 사적인 복수를 통해 진정한 정의를 구현하고자 한다. 도기의 과감함과 다른 팀원들의 능력을 조율하며, 전체 작전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리더 역할을 수행한다. 냉정하지만 인간적인 면모 또한 갖춘 이 인물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대변한다. 고은(표예진)은 천재 해커로, 어린 시절 사이버 범죄의 피해자였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컴퓨터를 통해 타깃의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치밀한 디지털 작전을 설계한다. 겉으로는 경쾌하고 발랄하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처가 자리 잡고 있어, 피해자의 입장에서 정의 실현의 당위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최경구(장혁진)와 박진언(배유람)은 무지개 운수의 정비 팀으로, 변장, 차량 개조, 감시 장비 설치 등 다양한 실무를 담당한다. 이들은 때로는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며 극의 무게를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작전 수행 시에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치밀하게 움직이며 팀의 실질적인 기반을 담당한다. 이 외에도 공권력 내부에서 이들을 추적하는 강하나 검사(이솜)의 존재는 정의 실현 방식의 충돌을 드러낸다. 그녀는 무지개 운수의 방식에 회의감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제도권의 한계를 실감하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모든 인물들은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각자의 이유와 방식으로 움직이며, 그 관계와 내면의 균열은 드라마를 한층 입체적으로 만든다.
[모범택시] 법과 정의의 사이
‘모범택시’는 시청자에게 단순한 통쾌함만을 안겨주는 드라마는 아니다. 오히려 매 회차가 끝난 후, 깊은 질문을 남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정말 공정한가? 법은 누구의 편인가? 그리고 정의는 법을 벗어난 곳에서도 실현될 수 있는가? 이 드라마는 그 질문에 대한 쉽지 않은 고민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제훈은 김도기라는 캐릭터를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해 냈다. 복수를 수행할 때의 냉철함과,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할 때의 따뜻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인물은, 시청자에게 복잡한 감정선을 체험하게 한다. 극 중 다양한 역할로 변장하며 작전을 수행하는 그의 다면적인 연기는 매회 새로운 몰입감을 안겼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드라마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점이다. 학교 폭력, 직장 내 괴롭힘, 성범죄, 불법촬영 등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문제들이 에피소드로 재구성되며, 현실에 대한 반영성을 더욱 높인다. 시청자는 허구 속 이야기지만, 그것이 결코 낯설지 않다는 데서 깊은 몰입과 분노를 느낄 수 있다. 연출과 편집 역시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복수 계획이 실행되는 과정은 마치 스릴 넘치는 범죄영화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시원한 액션과 치밀한 플롯의 결합은 드라마를 장르물 이상의 작품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동시에 드라마는 복수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도 남긴다. 법 위에서 행해지는 사적 응징은 과연 정의인가, 아니면 또 다른 범죄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시청자의 카타르시스를 넘어서, 사회적 윤리에 대한 고민을 요구하는 지점이다. 결국 ‘모범택시’는 시청자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드라마였다. 그리고 그 답은 회차마다 달라졌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억울함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위한 정의를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