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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온, 속도를 위한 인물들의 사랑이 전하는 이야기

by osano001 2025. 6. 7.

런온 관련사진

‘런 온’은 각자의 세계에서 달려오던 두 사람이 서로의 속도에 맞춰가는 과정을 그린 2020년 JTBC 방영 드라마이다. 육상 선수와 영화 번역가라는 이질적인 직업군을 지닌 두 남녀가 만나, 전혀 다른 리듬과 언어 속에서도 교감을 나누고 사랑을 완성해 가는 모습을 통해 ‘관계란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만든다. 임시완과 신세경은 각각의 내면적 결핍과 상처를 지닌 인물로 등장하며, 이들이 천천히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은 자극 없이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작품은 특별한 사건보다는 일상의 대화와 관계를 통해 서사를 쌓아가는 감성 중심 드라마로, 과속하는 현실 속에서 ‘천천히 가는 법’을 되새기게 만든다. ‘런 온’은 말보다는 마음,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한 시대에 어울리는 잔잔하지만 선명한 감성 드라마였다.

런 온 줄거리, 속도와 방향을 찾아서

드라마 ‘런 온’은 국가대표 단거리 육상 선수인 기선겸(임시완)이 중심에 있다. 그는 타고난 운동 능력과 매너를 지닌 엘리트지만, 아버지는 정치인이자 권위주의적 인물이고, 어머니는 여배우로 외부 이미지를 중시한다. 가족 내에서 늘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왔던 선 겸은 결국 어떤 사건을 계기로 육상계를 떠나게 된다. 그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성과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인물이 바로 오미주(신세경)다. 미주는 영어 영화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자막 번역가로, 영화의 본래 뉘앙스를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직업적 자부심이 강한 여성이다. 그녀는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자기 세계가 뚜렷한 사람으로, 선 겸과는 매우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마치 평행선을 달리듯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점차 서로의 언어와 속도에 적응해 간다. 미주는 선 겸을 통해 타인의 기대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배우고, 선 겸은 미주를 통해 삶에 감정을 입히는 법을 배운다. 그들의 관계는 빠른 연애나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 작은 대화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깊어져 간다. 한편 극은 이들 주인공 외에도 서단아(수영)와 이영화(강태오)의 서브 커플을 통해 또 다른 관계의 형태를 보여준다. 단아는 대기업 후계자로 능력 있는 여성 CEO이고, 영화는 천진난만하지만 자신의 예술 세계를 지닌 대학생이다. 두 사람 역시 나이와 사회적 위치의 차이를 극복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쌓아간다. 이처럼 ‘런 온’은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네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걷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진짜 관계란 서로를 고치거나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걷는 것임을 담담히 전한다.

런 온 인물들이 말한 진심의 속도

‘런 온’의 주인공 기선겸은 육상계에서 주목받는 스타 선수이자,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온 모범적인 청년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왔으며, 외면적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고독이 자리한 인물이다. 임시완은 이 복잡한 내면을 억제된 감정과 차분한 눈빛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기선겸이라는 캐릭터를 단순한 청춘물이 아닌 깊이 있는 인물로 완성해냈다. 오미주는 직설적이고 감정에 솔직한 번역가이다. 그녀는 언어의 뉘앙스에 민감하며,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줄 아는 현대적인 여성상으로 등장한다. 신세경은 미주 특유의 유쾌함과 단단함을 균형 있게 표현하며,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녀는 연애 앞에서도 당당하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 서단아는 대기업 세아그룹의 이사로, 여성으로서의 권위와 경영인의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차갑고 도도하지만 내면에는 인정받고 싶은 외로움과 복잡한 감정이 공존한다. 수영은 이 캐릭터를 통해 단아한 외면과 강단 있는 내면을 동시에 보여주며, 비즈니스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적인 단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영화는 자유로운 감성과 순수한 열정을 지닌 미술 전공 대학생이다. 서단아와의 관계에서 때로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지만, 순수한 감정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강태오는 이 캐릭터의 해맑음과 진심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서브 커플의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했다. 이 외에도 기선겸의 부모, 미주의 동료 등 주변 인물들 역시 각자의 개성과 사연을 지니며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대사 하나하나에 각 인물의 가치관과 성격이 배어 있어,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들은 ‘속도’라는 키워드 아래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런 온이 전하는 관계의 본질

‘런 온’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천천히 가는 용기’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드라마였다. 요즘처럼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가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처음엔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바로 그 ‘느림’ 속에서 진심을 찾아간다. 그것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기도 했다. 기선겸과 오미주의 관계는 ‘맞춰가기’의 과정이었다. 누가 누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속도에 귀 기울이고 조율하는 것. 이는 연애뿐 아니라 사회 속 다양한 인간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메시지였다. 특히 감정의 표현이 서툰 선 겸이 미주를 통해 감정을 알아가고, 미주는 선 겸을 통해 타인의 침묵도 이해하게 되는 흐름은, 관계란 결국 ‘공감의 반복’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드라마는 또한 ‘언어’라는 소재를 중요한 장치로 사용했다. 미주가 영화 자막을 번역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상대의 감정을 해석하고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선겸 역시 타인의 언어와 감정을 번역하는 과정을 겪는다. 결국 둘은 서로의 삶을 번역하며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현대인들이 겪는 소통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비주얼적으로도 이 작품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 일상적인 배경, 간결하면서도 인상 깊은 연출을 통해 정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음악 또한 서정적이고 절제된 분위기로 극의 감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런 온’은 대단한 사건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드라마였다. 그것은 우리가 사랑하고, 이해하고, 함께 걷는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묻게 했기 때문이다. ‘너는 너의 속도로, 나는 나의 속도로’ 걸어가더라도, 결국 마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관계라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오래도록 기억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