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는 현실 세계와 평행세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설정과 화려한 영상미, 김은숙 작가 특유의 서사로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이민호와 김고은이 주연을 맡은 본 작품은 ‘두 개의 대한민국’이라는 설정 속에서 황제와 형사라는 운명적 만남을 통해 세상의 균열과 개인의 존재 이유를 다룬다. 특히 세계관 구축과 캐릭터 간의 감정선, 시공간을 넘는 로맨스가 조화를 이루며, 고전적인 로맨스와 현대적 판타지를 절묘하게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과 상징적 대사, 유려한 영상미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드라마로 완성도를 높였다. 다만 복잡한 구조와 설정은 일부 시청자에게 진입장벽이 되기도 했지만, 세계관에 몰입한 이들에겐 진한 여운을 남긴 수작으로 기억된다.
더 킹: 영원의 군주 평행세계 이야기
‘더 킹: 영원의 군주’는 현실의 대한민국과 그와 완전히 다른 역사가 펼쳐지는 대한제국이라는 평행세계가 존재하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민호)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살해한 이복형 이림(이정진)에게 죽을 뻔한 위기를 겪지만, 의문의 인물에게 구출된다. 그리고 성인이 된 후, 그가 소유한 만파식적(시간과 차원을 열 수 있는 피리)을 통해 우연히 현실 세계로 넘어오게 되며 대한민국의 형사 정태을(김고은)과 운명적으로 마주치게 된다. 정태을은 강직하고 정의로운 형사로, 대한제국이라는 존재 자체를 믿지 못했지만, 황제라는 존재가 눈앞에 나타나고 점차 그가 말하는 세계에 대한 의심을 거두게 된다. 이곤은 정태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가 어릴 적 자신을 구해준 인물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고, 이 만남을 통해 수년간 자신을 옭아매던 퍼즐의 조각들을 맞춰가게 된다. 한편 이림은 어린 시절의 쿠데타 실패 이후 평행세계를 넘나들며 양쪽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는 욕망과 권력, 복수를 위해 시간과 차원의 경계를 무시하며, 이곤과의 갈등은 점차 전면적인 전쟁으로 번지게 된다. 드라마는 두 세계의 주인공들이 얽힌 과거와 현재, 그리고 시간의 흐름까지 교차적으로 펼쳐지며 복잡하지만 섬세한 이야기 구조를 완성해 간다. 이곤은 단순한 황제의 역할을 넘어, 세계의 균형을 지키기 위한 사명을 짊어진 ‘균형자’로서 성장하고, 정태을은 그와의 인연 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겪게 된다. 이들의 사랑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세계를 구하는 연결고리’라는 의미를 부여받으며, 극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적 밀도와 긴장감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더 킹: 영원의 군주’는 시공간을 넘는 구조 속에서도 인간 본연의 감정과 가치에 집중하며, 진정한 사랑과 희생,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있게 탐색하는 작품이었다.
더 킹: 영원의 군주 인물들의 서사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는 화려한 설정만큼이나 인물들 간의 관계와 내면 서사가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중심 인물 이곤은 대한제국의 젊은 황제로, 절제된 품격과 통찰력, 그리고 이상주의적인 성격을 지녔다. 그는 황제이자 수학자이며, 세계를 유지하는 균형자 역할을 자처한다. 이곤(이민호)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단단하면서도 감성적인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으며, 극의 중심을 안정감 있게 이끌었다. 정태을(김고은)은 대한민국 경찰청 소속 강력반 형사로, 현실적이고 직선적인 성격을 지녔다. 평범한 삶을 살던 그녀는 황제 이곤과의 만남을 통해 두 세계의 존재를 인식하고, 처음에는 혼란을 겪지만 점차 진실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게 된다. 김고은은 정태을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실적이면서도 서서히 세계관에 흡수되어 가는 감정 변화를 유려하게 연기해 냈다. 이림은 평행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핵심 악역으로, 차가운 지성과 무서운 집념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욕망의 화신처럼 움직이며, 두 세계의 구조를 교란시키고, 자신의 복수를 위해 다수의 인생을 뒤흔든다. 이정진은 냉철하고 고요한 광기를 표현하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또한 조영(우도환)은 대한제국 황제의 경호실장으로, 충직하고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감정을 지닌 인물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와 닮은 인물 조은섭으로 등장하여 극의 유머와 온기를 담당하며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우도환은 이 두 캐릭터를 뛰어난 연기력으로 각각 다른 결을 가진 인물로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그 외에도 대한제국의 총리 구서령(정은채), 조연 인물 박숙진, 강신재 등 각기 다른 성격과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며, 드라마의 풍부한 세계관 속에서 유기적으로 얽히며 이야기를 이끌었다. 이들은 단순히 기능적 캐릭터가 아니라, 각자의 존재 이유와 감정을 지닌 인물로 설계되어 있었기에 시청자의 공감과 집중을 얻을 수 있었다.
더 킹: 영원의 군주를 통해 본 상상력과 메시지
‘더 킹: 영원의 군주’는 단순히 로맨스를 넘어서, 방대한 세계관과 시간·공간의 개념을 활용한 서사 구조를 시도한 작품이었다. 김은숙 작가의 기존 작품들이 비교적 현실에 기반한 로맨스를 펼쳐온 반면, 이 드라마는 철저하게 판타지 기반 위에서 인물의 감정선을 밀도 있게 쌓아가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평행세계라는 설정을 로맨스, 권력 구조, 사회적 상징까지 확장하여 서사에 통합시켰다는 점이다. 이 설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운명과 관계, 선택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으로 작동했다. 두 세계가 미묘하게 다른 체제와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고, 그 안에서 동일한 인물들이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은 드라마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연출 측면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시각적인 면에서 평행세계를 상징하는 색감과 배경, 상징적 오브제의 사용, 그리고 세련된 카메라 워크는 판타지 세계의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OST 역시 극의 감정선과 완벽하게 맞물려 깊은 울림을 더했으며, 특히 주제곡인 ‘Gravity’는 많은 시청자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물론 복잡한 설정과 설명이 많은 전개 방식은 일부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주었고, 초반에는 집중력이 다소 분산된다는 비판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를 견뎌낸 시청자에게는 매회 깊이 있는 상징과 메시지, 구조적 연결고리가 주는 지적인 쾌감이 남는다. 결국 ‘더 킹: 영원의 군주’는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의 경계를 넘어서, 철학적 사유와 상상력을 통해 현대적인 서사와 감정을 풀어낸 시도로 볼 수 있다. 극이 끝난 후에도 ‘우리는 어떤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가’, ‘운명은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 이 작품은, 드라마라는 장르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매우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