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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문동은의 복수 연대기,인간의 어두움,복수와 인간성에 중간

by osano001 2025. 7. 2.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2022년과 2023년 두 시즌에 걸쳐 공개된 복수극으로, 학창 시절 극심한 폭력을 당했던 주인공 문동은이 오랜 세월에 걸쳐 가해자들에게 치밀한 복수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서늘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이 의기투합해 기존의 화려하고 유쾌한 로맨틱 드라마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의 어두움과 집요한 복수를 날카롭게 탐구했습니다. 송혜교는 억눌린 고통과 분노를 품은 문동은 역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극찬을 받았고, 학폭 가해자 박연진 역의 임지연은 잔혹한 인물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냈습니다. 고급스러운 미장센과 차가운 감정선이 교차하며, 시청자들에게 복수의 윤리와 인간 존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 문제작입니다.

스스로 설계한 지옥, 문동은의 복수 연대기

'더 글로리'의 중심 서사는 문동은이 고등학생 시절 당했던 집단폭력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교사와 사회, 누구도 자신을 보호해 주지 못하자, 동은은 학교를 자퇴하고 삶의 모든 목표를 '복수'로 치환합니다. 그는 가해자들의 삶을 철저히 연구하며, 복수를 위한 완벽한 퍼즐을 수년에 걸쳐 짜 맞춥니다. 성인이 된 동은은 가해자 박연진이 이룩한 안정된 삶의 핵심에 파고들기 위해 연진의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담임교사가 되어 그녀의 일상을 교묘하게 흔들기 시작합니다. 연진의 허울뿐인 결혼생활과 모성애, 사회적 지위를 하나씩 파괴하며 심리적 고통을 주입해 가는 동은의 계획은 잔혹하면서도 필연적인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동시에 동은은 과거의 상처를 공유한 강력한 조력자들을 끌어들여 복수의 공조를 구축합니다. 폭력 피해 생존자로서 자신의 고통을 지독하게 응시하고, 이를 삶의 동력으로 삼아가는 동은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복수가 지닌 양가적 감정을 생생히 전달했습니다.

인간의 어두움을 연기한 배우들

문동은 역의 송혜교는 냉혹하면서도 무너진 내면을 절묘하게 오가며, 이전 작품들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존재감을 선보였습니다. 동은은 표면적으로는 차분하고 이성적이지만, 내면에는 복수와 증오로 응축된 깊은 고통이 자리합니다. 박연진 역의 임지연은 극 중 가장 입체적이고 불안정한 캐릭터로, 권력과 오만에 취해 타인을 파괴하는 인물의 잔혹성을 설득력 있게 구현했습니다. 또한 이도현이 연기한 주여정은 한때는 따뜻하고 유능한 의사였으나, 자신만의 복수를 준비하는 인물이 되어 동은과 심리적으로 공명합니다. 연진의 동조자 이사라(김히어라), 전재준(박성훈), 손명오(김건우) 등도 각각 탐욕과 폭력, 나약함에 잠식된 인간 군상의 어두움을 대변했습니다. 조력자 강현남(염혜란)은 가정폭력 피해자로서 동은과 운명적 동맹을 맺으며, 각 인물의 복수가 맞물리는 복합적 서사를 이끌었습니다. 배우들의 폭발적 연기는 '더 글로리'가 단순한 학폭 복수극에 그치지 않고,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끝까지 추적하는 문제작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복수와 인간성에 중간

전문가 관점에서 '더 글로리'는 한국 드라마가 도달할 수 있는 극단적 서사와 미학의 경계를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복수를 일종의 자아 회복 과정으로 치환하면서도, 그 과정이 결코 정의롭거나 해방적이지 않다는 점을 시종일관 냉정하게 직시합니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문동은의 계획은 성공에 다가서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복수가 끝난 뒤에 남을 공허함과 잔재를 더 크게 체감하게 됩니다. 또한 동은과 여정의 관계 역시 단순한 연인이 아닌, 서로의 상처를 끌어안고 파괴적인 공모자가 되어 가는 슬픈 연대로 그려집니다. 장르적으로는 스릴러에 가깝지만, 그 이면에는 폭력 피해 생존자가 삶의 의미를 되찾으려는 비극적 시도가 자리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더 글로리'를 보며, 복수의 본질과 그 대가에 대해 다시금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통쾌함을 선사하는 복수극이 아니라, 피해자의 삶과 인간 존엄이 어디까지 훼손될 수 있는지에 대한 통렬한 고찰을 남긴, 시대적 문제작으로 기억될 것입니다.